평범한 직장인의 세상 탐방기록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줄거리 서평 본문

Book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줄거리 서평

또아인 2024. 11. 12. 16:14
반응형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고 나서

w.룰루 밀러

 

이 책은 엄청나다.

처음엔 그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과정은 후반부의 혼돈을 위해 존재했다.

이 세상의 혼돈을 엿본 기분이다.

정리되지 않은 단어들이 내 머릿속을 휘젓고

내가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이 산산조각났다.

'한 사람의 일생을 바친 연구가 이렇게 무너질 수도 있는거구나',

'내가 알고 있는 것이 과연 사실이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일까'등등

무수한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그 어떤 생각도 정리되지 않은 채로.

책을 통해, 내가 모르던 세계를 알아갈 수 있었다.

인간이 우위에 있는 자연의 사다리, 다윈의 진화설,

조던이 물고기의 이름을 붙여준 것,

열성 우전자를 박멸한다는 잘못된 믿음의 우생학,

분기학자의 등장 등,

너무나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무너질만한 상황 속에서 조던이

다시금 일어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무너지지 않고 그 속에서 해답을 찾는 모습이

본받을만한 점이라고 생각했다.

수많은 물고기에 이름을 붙여준 결과물이

자연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흐트러졌을 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물고기의 표본에 직접 바늘로 이름을 꿰매었다.

그런 방식이 참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인정하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밀고 나가기 전까진 말이다.

열성 유전자를 박멸하자는 뜻으로

불임 시술을 강행했던 우생학.

남자에게 미쳤다는 이유로, 방랑벽이 있다는 이유로,

상스러운 이야기를 했다는 이유로,

책임지는 남자가 아무도 없는 집안에 여자들만 있으면

그 집은 매춘굴이 분명하다는 그릇된 믿음으로.

이러한 학문과 강제 수용소가 실재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놀라웠다.

'p.196 바로 이것이다. 과거와 다르지 않는 사고방식,

골턴의 어리석음, 가난과 고통과 범죄가 혈통의 문제이며

칼로 잘라 사회에서 제거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

이 나라에서 우생학 이데올로기는 결코 죽지 않았다'

자연의 사다리의 제일 윗층에 인간을 놓은 것도 모자라,

그 인간을 다시 나눈다.

무엇을 위함일까.

인간이 위에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사다리의 존재,

하지만 생명에 위계를 논할 수 있을까.

하찮아 보이는 남조세균이 만들어내는 산소로 살아가는 인간,

이 작은 세균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간,

우리가 남조세균보다 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p.205 까마귀는 우리보다 기억력이 좋고,

침팬지는 우리보다 패턴 인식 능력이 뛰어나며,

개미는 부상당한 동료를 구출하고,

주혈흡충은 우리보다 일부일처제 비율이 더 높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을 실제로 검토해볼 때,

인간을 꼭대기에 두는 단 하나의 계층구조를

그려내기 위해서는 상당히 무리해서

곡예를 해야 한다.'

인간을 꼭대기에 두기 위해,

인간은 언어를 사용해 동물들의 중요성을 박멸한다.

침팬지의 키스는 입과 입의 접촉으로,

영장류의 친구는 제휴파트너로,

동물이 인간보다 뛰어난건 지능이 아니라

본능이라 일컫는다.

어떻게든 우위에 있고자하는 모습이 참 웃기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일생은, 물고기를 분류한 그의 노력은,

물론 다른 이의 노력도 첨가된, 아무튼 그의 일생은

분기학자의 등장으로 산산조각 나버린다.

다시 일어설 수 없도록.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바다 밑에 산다고 어류라는 하나의 단어 아래 묶어넣은 것은

모든 차이를 무시하는 것이었다.

바다 속에 사는 육기어류는 우리의 진화적 사촌이라

불릴 수 있는 존재이다.

조기어류는 육기어류와 완전히 같아보이지만

안은 완전히 다르다.

멍게는 척추동물은 아니지만 척식이라는

척추와 비슷한 구조물을 가장 먼저

선구적으로 갖춘 생물이다.

이러한 특징을 그저 바다 밑에 산다고

어류라고 뭉그러트린다면

개구리도, 소도, 나도 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너무나도 충격이었다.

나의 일생이 거짓이라고 말하는 듯한,

어쩌면 어류와 같이 오류를 아직 발견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다.

천황성과 해왕성에 내리는 다이아몬드 비처럼.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준

이 책에 무한한 감사를.

 

책 속의 한 줄

  • 혼돈은 당신의 화초를 썩어물러지게 하고, 당신의 개를 죽이고, 당신의 자전거를 녹슬게 할 것이다. 당신의 가장 소중한 기억을 부식시키고, 가장 좋아하는 도시를 무너뜨리고, 당신이 간신히 쌓아올린 모든 성스러운 장소를 폐허로 만들 것이다.

  • 그의 이름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 여러 방면에서 혼돈과 싸우는 것은 그의 본업이기도 했다. 그는 거대한 "생명의 나무"형태를 밝혀냄으로써 지구의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는 일을 하는 과학자, 더 정확히 말하면 분류학자였다.

  • 미적 관심과 구별되는 과학적 관심을 보여주는 특별한 증거는 숨어 있는 보잘것 없는 것들에게 마음을 쓰는 일입니다.

  • 아버지는 내게 인생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고 통보했다.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 다윈에 따르면 자연에는 가장자리도, 불변의 경계선도 없다. 만약 당신이 분류학자라면 이게 얼마나 심란한 생각일지 상상해보라. 당신이 손에 들고 있는 대상이 알고보니 퍼즐 조각도 실마리도 아닌 무작위성의 산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 어쩌면 진화가 우리에게 가져다 준 가장 위대한 선물은 "우리는 실제보다 더 큰 힘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을 품을 수 있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 조류는 존재한다. 포유류도 존재한다. 양서류도 존재한다. 그러나 꼭 꼬집어,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 우리가 세상을 더 오래 검토할수록 세상은 더 이상한 곳으로 밝혀질 것이다.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사람 안에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잡초 안에 약이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얕잡아봤던 사람 속에 구원이 있을지도 모른다.

  • 파괴와 상실과 마찬가지로 좋은 것들 역시 혼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죽음의 이면인 삶, 부패의 이면인 성장.

  • 우리가 쓰는 척도들을 불신하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 이 사다리, 그것은 아직도 살아있다. 이 사다리, 그것은 위험한 허구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말은 허구를 쪼개버릴 물고기 모양의 대형 망치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