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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 원작 소설 추천

또아인 2024. 10. 3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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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읽고 나서

w. 델리아 오언스

넷플릭스에 뜬 영화의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궁금해 검색을 하다 소설책이 원작인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던 터라 망설임 없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호기롭게 책을 빌려놓고는 책을 펼치기가 망설여졌다.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책이 두꺼웠고

그 두꺼운 책 안을 조막만 한 글씨들이

빽빽이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책을 멀리하고 한동안 읽지 않았었다.

그러다 '빌렸으니 읽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고,

이 책을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준 넷플릭스에

괜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현재까지 내가 읽은 책들 중 최고의 책이라 할 수 있다.

로맨스, 성장, 법정스릴러, 살인 미스터리,

자연 생태계의 생생한 묘사가 책을 아우르고 있다.

저자인 델리아 오언스는 평생 양생 동물을

연구해 온 과학자이다.

일흔이 가까운 나이에 이 책을 첫 소설로 출간했다.

그녀의 나이에 놀라고,

이 책이 그녀의 첫 책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작가의 또 다른 책을 세상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고대한다.

 

처음, 책을 펼치기 전에는

책을 다 읽고 영화도 봐야지라는 생각을 하였다.

책과 영화의 차이를 찾아보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은

책을 읽으며 사라졌다.

책을 읽으며 내가 느낀 감정, 카야가 살아온 인생,

받은 상처 등 분명 살아있는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 생생한 감정을 글이 아닌 영상으로 다시 보는 게

약간 겁이 났다.

현재는 책만으로도 벅차다.

 

주인공 카야는 거절과 갈망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카야의 곁을 차츰차츰 떠난 모든 이들이

카야에게 이유라도 알려주었더라면,

단 한 명이라도 카야에게 함께 가자는 말을 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카야는 외부의 두려움을 가짐과 동시에

떠나간 이들을 기다리기 위해 그 판잣집에

계속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추후 어른이 된 조디가

카야의 판잣집을 찾아왔을 때의 장면이 좋았다.

'카야는 한때 하얀 스카프 끝자락이 사라졌던 숲

구멍 사이로 붉은 픽업트럭을 보았다.

조디는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긴 팔을 흔들었다.

-p.302'

카야의 상처가 덮이는 장면이었다.

 

'마음 한편으로는 테이트의 손을 잡고 싶었다.

이상한 갈망이었다. 하지만 손가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신 테이트의 손목 안쪽에 있는 푸른빛

정맥들을 기억했다.

핏줄은 말벌 날개에 그려진 문양처럼 정교하고 복잡했다.

-p.312'

카야가 테이트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이

굉장히 간질거렸다.

내가 습지의 수풀 속에 숨어

그들을 관찰하는 듯하였다.

습지 쓰레기, 마시 걸 일 불리며 온갖 편견으로

색칠된 카야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글을 알려주고

그녀의 숨은 면모를 알아봐 준 테이트.

처음부터 끝까지 테이트가 함께해 주었다면

카야는 더 빨리 행복해졌을 텐데 안타깝다.

물론 테이트도 어렸기에 겁이 나 도망을 쳤겠지,

하지만 제대로 된 작별 인사라도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그렇지만 돌아온 테이트는 카야가 스스로

삶을 가꿀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곁에서 힘이 되어주었다.

테이트는 지독히도 여전히 카야를 사랑했고

카야를 떠난 자신을 원망했다.

 

체이스가 시신으로 발견돼 1969년에

책의 내용이 다가갈수록 걱정이 되었다.

카야가 없는 곳에서

다른 여자의 허리를 감싸 안고

다른 이와 약혼을 발표하면서

카야에게 결혼이라는 미끼를 던져

카야가 벗어날 수 없게 그녀를 가지고 놀던

체이스.

정말 그 사고에 카야가 엮여있을까 봐.

그렇다면 카야의 인생이 안타까워서.

카야는 그저 사랑받길 원했을 뿐인데.

 

체이스의 사건으로 법정에 선 카야를 필두로

휘몰아치는 법정신은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숨 막히던 장면이라 생각한다.

너무 생생했고 끊임없이

'정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무엇이 진실이든

카야가 습지로 돌아갈 수 있길 응원했다.

 

책에 자주 등장하는 시구들도 좋았다.

카야는 특히 어맨다 해밀턴의 시를 좋아했다.

어맨다 해밀턴의 시는 꼭 카야 같았다.

카야의 아픔을 치유하는 것 같았고,

카야의 감정이 녹아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뒤에 나오는 사실에 정말이지 엄청 놀랐다.

반딧불의 시를 읽고 '아'라는 짧은 탄성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그랬구나.

그렇게 카야는 자신의 몸을 지킨 것이다.

카야의 곁에 테이트가 끝까지 함께 있어주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책 속의 한 줄

 

  • 카야는 숨을 쉬는 촉촉한 흙에 가만히 손을 대었다. 그러자 습지가 카야의 어머니가 되었다.

 

  • 그냥 저 숲속 깊은 곳, 야생동물이 야생동물답게 살고 있는 곳을 말하는 거야.

 

  • 수집품이 커질수록 외로움은 깊어졌다. 심장 크기만 한 아픔이 카야의 가슴속에 살았다. 그 무엇도 아픔을 덜어주지 뭐 했다. 갈매기도, 눈부신 석양도,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조개껍질도.

 

  • 테이트와 삶과 사랑은 같은 말이었다.

 

  • 살면서 해본 적 없는 일인데도 곁에 누군가를 두기 위해 자신의 한 조각을 포기했다.

 

  • 테이트는 시간의 한 갈피였고, 스크랩북에 붙인 사진이었다.

 

  • 실패한 사랑도 타인과 이어주지. 결국은 우리한테 남는 건 그것뿐이야. 타인과의 연결 말이야.

 

  • 죽을 때를 누가 결정한단 말인가

 

  • 카야는 이렇게 수월하게 자신을 받아주는 고양이에게 감동해 눈을 감았다. 갈망으로 점철된 삶에 찾아온 심오한 휴식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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